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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발상이 낳은 '빛 산란형 슈퍼 수렴렌즈'
최정은 기자  |  chjng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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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29  15: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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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박용근 교수. 박 교수는 조용훈 교수와의 파트너쉽과 연구원들의 성실함에 감사한다.

현대의 기술발전 토대는 사실상 반도체 기술이다. 반도체 산업의 단계상은 집적도 향상 국면과 거의 등치이어왔다. 그러나 나노광학과 박막기술이 생체/의료계까지 파급된 지금으로서는 단순히 양적 우세만을 우세라 칭할 수 없다.

여전히 광굴절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광학기술은 빛의 파장보다 작은 초점을 만들 수 없는 ‘회절 한계’의 특성 때문에 미세한 관찰의 영역은 사실 운과 예측에 의존했다. 일명 몽타주 기법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쾌한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럼에도 왜 주목 받지 않는지 모르겠다. 빛의 굴절을 이용하는 보통의 광학렌즈와 달리 빛의 ‘산란’을 이용해 100nm 크기의 세포내 구조와 바이러스 등을 볼 수 있는 슈퍼렌즈가 탄생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용근∙조용훈 교수 연구팀이 기존 광학렌즈보다 약 3배 이상 우수한 해상도를 갖는 나노입자 기반의 신개념 슈퍼렌즈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최근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현미경은 물체를 확대해 정확히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다. 현미경의 원리는 렌즈의 굴절이다. 굴절현상을 이용해 발산하는 빛을 수렴해 광초점을 만들어 피사체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광초점이 작으면 작을수록 분해능이 높은 것이다.
 
분해능은 식별되는 간격의 최소거리로 이를 지표화한 픽셀 등의 단위를 쓰는 해상도로 통한다. 대개 확대를 해보면 아는데 확대시 즉, 고배율 관찰시 명확히 재현되는 것과 뿌옇게 흐려지기만 하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의 현미경은 빛의 굴절만을 이용해 피사체를 관찰하다보니, 일반적으로 광원파장보다 작은 광초점은 만들 수 없었다. 일상의 가시광선 영역에서 200~300나노미터 이하의 물체는 관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주변 빛을 수렴해주는 볼록렌즈는 광초점을 광원파장의 반파장보다 작게 만들 수 없는 물리적 한계를 갖고 있고 그것이 가장 취약점입니다. 그래서 반도체의 선폭도 일정기준 이하로는 만들기 어려웠고 규격도 다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기존 기술이 이러한 회절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던 혹은 굳이 극복하지 않은 이유는 근접장의 손실 때문이었습니다. 근접장이란 물체 가까이에 근접한 빛으로, 물체에 ‘갇혀 있는 빛’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은 빛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정보가 필요하지요. 빛이 담을 수 있는 정보에는 ‘근접장’과 ‘원격장’이 있죠. 음파에 비유하자면 저주파와 고주파라고 할 수 있어요. 원격장은 멀리까지 전파될 수 있는 것이고, 근접장은 물체에 매우 근접해 있어 그 물체에 갇혀 있는 빛이죠. 작은 물체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 즉 근접장이 필요한데 근접장은 물체 주변에만 겉돌아 공기 중에 파급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근접장의 ‘관할을 넓혀’ 흡사 원격장으로 변환시키고 상세한 정보가 잘 도달하도록 별도의 과정을 넣은 것입니다.
 
근접장을 원격장으로 변환하는 방법으로 박용근 교수팀은 ‘산란’의 개념을 사용했다. 산란을 이용하면 빛이 입자에 부딪히면서 물체가 갖고 있던 근접장의 속성이 주변장으로 전이되며 아이러니하게 리니어한 원격장이 창출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노입자를 무작위로 뿌리게 되면 바로 거기서 산란이 일어납니다. 그 과정 가운데에서 근접장은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원격장으로 ‘변환’되고 다시 우리 눈에는 근접장으로 인코딩되어 우리를 속입니다. 두 번 속이다 보니 피사체의 진실에 도달하게 되는 역발상입니다. 사실 이 원리는 주변에서도 쉽게 보아온 것입니다. 공기 중에서 평상시 먼지가 보이지 않지만 어두운 방안에 한줄기 빛이 들어올 경우 뚜렷이 보이는 상황이 그것입니다. 사실 먼지가 있어서 더 한층 밝아 보이는 것이기도 하고요.
 
먼지라는 입자로 빛의 소위 그 입자성이 드러나는 재미있는 상황인 것은 차치하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지요. 진공이라는 것과 빛의 입자설에 대해 다시 보게 됐으니까요. 한 마디로 빛의 관성입니다. 그러면서 보통 때는 주변 빛이 똑같이 너무 세서 먼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거든요. 단지 결만 입혀준다는 식으로 그동안의 ‘정밀’ 굴절로 다룰 수 없던 근접장을 나노입자 산란을 이용해 제어할 수 있게 된 역발상입니다.”
 
역발상, 즉 모순발상이 맞다. 나노시퀀스를 이용해 하이퍼적인 것을 창출했으니 말이다. 교수팀은 기존에 시판되는 페인트를 사용했다. 대신 방식이 독창적이다. ‘무작위로’ 유리에 점묘도 그리듯 도포하는 방식이며 그래서 칫솔로 실크스크린 만들 듯 ‘정교’하고 또 ‘정밀’하다.
 
“페인트의 경우 산란체들이 잠재적으로 ‘밀집’돼 있기 때문에 각각의 근접장들이 산란되어 또 다른 근접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기술이 너무 간단한가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페인트를 이용해서 그런가요? 이렇게 근접장을 원격장으로 바꾼 후에는 유의미한 배열을 해야 돼요. 빛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죠. 각도 조절을 위한 빛의 세기를 제어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이 슈퍼렌즈입니다.”
 
박용근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산란을 통해 발생되는 근접장과 입사되는 파면을 제어한 사례로, 얇은 페인트 박막과 파면 조절기만을 사용해 고해상도의 결과를 얻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는 기존 학계에 이용된 통념, 즉 초고해상도 초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에너지 단파나 특수 매질을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시도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기존 렌즈로 구현하지 못했던 ‘회절’의 한계를 ‘산란’을 통해 극복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 슬릿보다 넓은 필드에서 잠시 상실했던 방향감각을 찾는 빛의 스마트함이 실로 놀랍고 피사체의 생리적 안전까지 배려하는 한 줄기 희망의 빛 같은 것도 느껴진다.
 
이번 연구결과는 바이오 이미징과 반도체 제작공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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